-성준이와지윤이2013. 10. 7. 14:49

안녕하세요 ^^

 

제가 이전 글에서 '남자마음을 순식간에 녹이는 여자' 압구정 짱짱녀 지윤이 에피소드는 그녀의 인격이 모자란 관계로 치사하고 더러운 방향으로 잘 흘러간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는데요. 오늘 글에서 그 치사함과 더러움의 끝을 한번 보겠습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때가 있다고, 이 바닥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파렴치녀' 지윤이도, 그녀보다 한술 더 뜨는 '철면피남'을 만나면 어쩔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이건 술자리에서 본인한테 직접 들은 얘기이구요. 그녀로선 무척이나 아쉬운 점이 많은 '한판 승부'였나 봅니다. 이 에피소드는 '파렴치녀'와 '철면피남'의 승부이고, 제가 1960년대 미국 서부영화, 특히 '커크 더글라스'를 무척 좋아하는 관계로 제목은 아래와 같이 지었습니다. '한 자리에서 함께 식사한 남녀가 서로 밥값을 내기 싫어한다면 과연 그 밥값은 누가 내게 될까요'라는 목덜미에 소름 돋는 질문을 던지며 오늘도 출발해보겠습니다. ^^

 

 

 

 

 

 

[OK식당의 결투]

 

 

 

 

지윤이는 소개팅을 잘 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왠만하면 '헌팅'이나 '즉석만남'을 선호하는 편인데요. 그 이유야 짐작이 되실거라 믿습니다. 지윤이처럼 '남자 잘 뜯어먹는 여자'가 소개팅을 하게되면 나중에 그 소개자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 애가 뭐 그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다기보단, 아마 몇번 그렇게 소개해준 친구랑 '평생 얼굴 안 볼 사이'가 되고 나서 어쩔수없이 하게 된 선택이겠죠. 하여튼 마음 내키는 날이면 어릴때부터 절친인 몇명의 친구녀를 불러서 로데오 밤거리를 배회하며 헌팅할 남자를 물색하는게 그 애의 일과였는데요.

 

어느날, 제법 있어보이는 한무리의 남자들에게서 술자리 제안을 받고, 별 고민없이 합석하게된 그녀. 술자리 분위기는 참 좋았습니다. 남자들이 1차 술값 계산까지 깔끔하게 해주었고, 지윤이는 그중 가장 있어보이는 한 남자에게 끌리게 되었습니다. 지윤이가 마음만 먹으면 남자 마음 사로잡는건 일도 아니라고 이전 포스팅에서 말씀드렸었죠. 아니나다를까 그녀는 자신의 스킬을 십분 발휘하여 그 남자의 호감을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결국 친구들과 따로 떨어져 나오게 된 두 사람. 지윤이는 오늘 나름 수준있는 남자를 만난 것이 기쁘기도 하고, 남자가 꽤 있어보이기도 해서, 전부터 마음 먹었던 일을 오늘 실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평소에 가고 싶었는데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였던 '두시간에 걸쳐 프랑스 정찬 코스 요리를 먹을수 있는 식당'에 가보기로 한 것이죠.

 

남자도 흔쾌히 가자고 해서 그녀는 더욱 기분이 좋았습니다. 식당에 가서 자리를 잡은 두 사람. 지윤이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엔 그녀를 향한 관심과 호기심이 가득 했습니다.

 

'너 정말 보면 볼수록 예쁘다.... 왠만한 탤런트 뺨 치겠는데? 너처럼 몸매 좋고 예쁜 애 처음 보는거 같아. 진심이야.'

'부끄럽게 왜 그래 오빠.... 나도 오빠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사실 오늘 널 만난게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 나 그동안 압구정동엔 잘 안놀러왔었거든. 우리 아버지 사업 물려받는거 때문에 한국 와서도 정신없이 바빠서 놀 틈이 없었어. 이번 주만 해도 아버지 을지로 본사에가서 업무 배우느라고 쉴 틈이 전혀 없었다니까. 다음주엔 지방 내려가서 지사 돌면서 또 업무 배워야되.'

 

아버지 을지로 본사?.... 지윤이 마음속에서 종이 한번 살짝 울렸습니다. '땡'

 

'오빠 정말 바쁜 사람이구나.... 여기서 나 같은 여자애 만나서 이러고 놀아도 되는건지 모르겠어. 나 오빠랑 좀더 친해지고 싶고 오빠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있긴한데 오빠는 너무 바쁘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지윤이는 자신의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남자의 손 위에 살짝 포갰습니다. 남자는 씨익 웃으며 그녀의 손을 맞잡았습니다.

 

'너 그런 표정으로 날 보니까 정말 돌아버리겠는걸? 후후.... 아참. 혹시 모르니까 내 명함 하나 줄게. 아직은 아버지 사업을 넘겨받은게 아니기 때문에 내 명함이 이 꼬라지인데.... 좀 있으면 바뀔거야. 일단 이거라도 갖고 있어.'

 

지윤이가 남자에게서 건네받은 명함에는 ㅇㅇ실업 기획총괄팀장 ㅇㅇㅇ라고 찍혀있었습니다. 빳빳한 명함을 손에 들고 있으니까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네요?

 

'오빠 앞으로 더 바빠지겠네.... 나랑 만날 시간이나 있겠어? 참 아쉽다 그게....'

'걱정마. 너랑 만나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시간을 낼테니까. 사실 나 우리 집에서 외아들이고 밑에 여동생 하나 있긴한데 걔도 뭘 하는지 워낙 바쁜 애라서 나 지금껏 여자란게 뭔지 모르고 살아왔어. 그런데 사람들이 다들 그러더라. 여자는 남자가 들인 시간만큼 차지하게 되는거라고. 나 만약 너랑 사귀게 되면 너한테 많은 시간을 투자해보려고 해.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말이야.'

 

외아들. 지윤이 마음속에서 종이 한번 더 크게 울렸습니다. '땡!'

곧이어 요리가 나오고 지윤이는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할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최고급 와인을 시켰고, 남자가 그걸 따서 직접 '테이스팅'까지 해서 그녀에게 따라주었습니다. 지윤이는 남자의 매너에 더욱 감동받았죠.

그렇게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웨이터가 계산서를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남자가 계산서를 쓰윽 보더니 그것을 지윤이 앞에 내려놓는 것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게 나왔네. 근데 지윤아. 어떡하지? 오빠가 오늘 카드를 쓸수가 없어서 그러는데 오늘 밥값만 니가 계산해줄래? 다음에 만나면 내가 줄게.'

 

지윤이는 갑자기 뭔가 확 깨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남자가 무척 마음에 들긴 했지만 지금껏 그녀가 살아온 인생이 이런걸 용납해 본 적이 없거든요.

 

'오빠. 이건 좀 아닌거 같은데.... 내가 내줄수 없는건 아니지만 나랑 오빠랑 오늘 처음 본 사인데 이러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지 않아?'

'글쎄? 뭐가 아닌지 모르겠다만..... 이 돈 얼마 되지도 않고 오빠가 사정이 있으니까 그러는건데 좀 안되겠니?'

'난 좀 아니라고 봐. 오빠.'

'하하.... 너 정말. 니가 보기에 오빠가 고작 이런 밥값 하나가지고 치사하게 굴 사람 같니? 잘 판단해보렴. 오빠가 정말 오늘만 사정이 있으니까 하는 얘긴데 꼭 이래야 되겠니?'

 

지윤이는 잠시 갈등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스타일'과 '본성'이 있는데, 지금 이 상황과는 도저히 타협이 되질 않았습니다. 물론 이 남자와 잘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자신의 '본성'을 배신해가면서까지 그러고 싶진 않았습니다.

 

'오빠.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아닌거 같아. 오빠가 멋진건 나도 아는데 이건 오빠가 해결해줬으면 좋겠어.'

'야. 너 정말.... 강하구나! 후후.... 이런 상황에서 왠만한 애들은 치사해서라도 내주던데. 그래. 오빠가 널 제대로 봤어. 넌 확실히 자기 주장이 있는 애야.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다 이거지.'

'그렇게 말해줘도 별로 기쁘지 않아. 어쨌든 이건 오빠가 해결해.'

'그런데 말이야. 사실 여기 오자고 한 것도 너인데 여기 밥값을 내가 내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공평하거든. 너 이렇게 비싼 음식 시킬거면서 내가 돈 내줄수 있는지 없는지 생각해보지도 않았지? 그냥 나 딱 봐서 돈 좀 있어보이니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시킨거지? 당연히 내가 내줄거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어때? 니가 보기에도 니가 좀 잘못 한거 같지 않니?'

 

남자 말이 일리가 있는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게 잘못된 거라면 지윤이는 지금껏 완전히 잘못된 인생을 살아온 셈입니다.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는 '진실'이었죠.

 

'오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원래 여자가 남자를 만나서 이렇게 밥을 먹을땐 남자가 밥값을 내줄거라고 기대하는게 당연한 일이야. 우리 주위 현실이 다 그런데 오빠 혼자 아니라고 하면 되겠어? 만약 오늘 오빠가 밥값을 내줄 생각이 없었다면 당연히 그걸 나한테 미리 얘기했어야 하는거야. 그럼 나도 이런 음식 시키지 않았을테고 우린 이런 문제로 다투지 않아도 되었을거야. 이건 분명히 오빠가 잘못한거야. 그러니 오빠가 밥값을 내는게 맞지.'

'아니야. 너의 논리엔 헛점이 있어. 잘 생각해봐. 니 말대로 여자가 남자랑 밥을 먹을땐 남자가 밥값을 내줄거라고 기대하는게 당연한 일이라고 치자. 하지만 그게 사회적인 통념이라면 남자가 내주는 밥값에도 엄연히 사회적 통념이라는게 있는거야. 넌 그 선을 훨씬 넘었어. 따라서 최소한 그 선을 넘은 부분만큼은 음식을 시킨 니 책임이 맞는거야. 따라서 여기 밥값은 대부분을 니가 계산해야 되는게 맞는거야. 오케이?'

 

아 정말.... 이 남자와의 논쟁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지윤이는 미칠것 같은 답답함과 짜증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때 지윤이의 뱃속에서 뭔가 신호가 들려왔습니다.

 

꾸르르륵!

 

간만에 먹은 2시간짜리 코스 요리가 그녀의 뱃속에서 탈을 일으킨 모양입니다. 지윤이는 평소 몸매 관리를 위해 매끼 극소량의 음식만을 먹어왔는데요. 오늘 남자 잘 만나서 기분 좋다고 과식한게 지윤이의 손등 만한 위에 엄청난 무리를 주었던 겁니다. 그녀는 점점 앉아있기가 괴로워졌습니다.

 

'오빠.... 으윽..... 난 절대.... 오빠 생각.... 받아 들일수..... 없어!'

'뭐라구? 지윤아 똑바로 말해봐. 너 표정이 왜 그렇게 안좋니? 혹시 속이라도 불편하니? 얼른 화장실 가야겠다 너.'

'안돼!.... 내가 화장실 가면.... 오빤 계산서 놔두고 그냥 가버릴거잖아.... 난 그렇게 하도록.... 절대 놔두지 않을거야!'

'후후. 너 참 강할 뿐만 아니라 지독한 아이구나. 지금 니 표정으로 봐서 잘 버텨야 10분 버틸거 같은데 더 추한 꼴 보이기 전에 얼른 화장실 가지 그래?'

'아냐.... 난.... 참을수 있어!'

 

하지만 그녀의 의지와는 달리 그녀의 뱃속에선 점점더 절박한 신호가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의자에 걸어놓은 자신의 코트자락을 꽉 움켜쥐고 그야말로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재밌다는듯이 빙그레 웃으며 그녀에게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화장실..... 화장실.... 화장실....'

'그... 그만해 이 새키야!.... 너 정말 나 화장실에서만 나오면.... 가만 안둘....거야!'

'가만 안두면 뭐? 그 희고 고운 손으로 나 때리기라도 하게? 니가 때리는거라면 나 정말 기분좋게 맞아줄 자신 있어. 이렇게 예쁜 여자가 때리는거라면 백대라도 맞아야지.'

'너 이 새키.... 정말.'

 

지윤이는 이를 으드득으드득 갈며 남자를 노려보았습니다. 테이블 위에 나이프나 포크가 있었다면 정말 그걸로 남자를 확 찌를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건 웨이터가 이미 치워가버린지 오래 였습니다.

한 5분쯤 버텼을까요. 이제 지윤이는 정말로 '육체적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의지'와 '육체'의 싸움이었습니다만 이런 경우 뭐 길게 볼 것도 없이 의지가 반드시 지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지윤이는 시뻘개진 얼굴로 자신의 핸드백만을 챙긴채 한달음에 화장실로 뛰어갔습니다. 남자는 낄낄거리며 화장실로 가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았구요. 화장실에서 시원한 '천국의 기분'을 맛본 지윤이가 뒷마무리를 하고 화장실에서 나왔을때 당연하다는듯이 남자는 자리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코트를 챙기는 그녀에게 웨이터가 다가왔습니다.

 

'손님. 먼저 가신 남자 손님께서 자기가 먹은 요리값 계산하셨구요. 그건 얼마 안되는데.... 나머지 손님이 드신 음식이랑 와인값은 손님이 결제하실거라고 하셨어요. 와인은 손님이 다 드셨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계산이 37만 6천원 입니다. 괜찮으시겠어요? 혹시 안되실거 같으면 나중에 계좌 이체라도....'

'지금 낼거예요! 아니 사람 뭘로 보고 그딴 소리 하는거죠!.... 자. 여기 카드 줄테니까 이걸로 끊어요. 일시불이예요! 알았죠?'

 

당당하게 카드를 내밀며 웨이터에게 큰소리 쳤습니다만, 어쨌거나 그녀는 한동안 그날 밤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늘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어때요. 재밌게 읽으셨나요? 오늘도 좋은 밤 되세요 ^^

 

 

 

아참. 제가 서두에 던진 질문. '함께 식사한 남녀가 서로 밥값을 내기 싫다면 결국 그걸 내야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답은 위장이 약한 사람입니다. ^^

 

 

Posted by 버크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