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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아는이야기2013.07.29 17:49

 

안녕하세요 ^^

지난 주말, 놀이공원(비와도 상관없는 그곳^^) 에 애들 데리고 놀러갔다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딸내미가 뜬금없이 제게 물어보았습니다.

 

"아빠. 아빠는 이제껏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었던게 뭐야?"

 

 

 

 

운전대를 잡고 있었던 저는 '글쎄.뭐였더라....' 하면서 매의 눈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운전할땐 딴데 보면 안되죠! ^^)

제가 선뜻 대답을 못하자 딸내미는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술술 털어놓으며 저의 대답을 유도하기 시작합니다. ^^

 

"난 피자랑.... 응. 짜장면도 맛있었어! 저번에 엄마가 사온 생크림 케익이랑 초콜렛 브라우니도 맛있었구.... 친구네 집에서 먹은 샌드위치도 맛있었어. 아빤 뭐 맛있었던거 없어? 아빤 나보다 오래 살았잖아."

 

이렇게 말하면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저를 지켜보고 있는 딸아이...(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뻔히 보이네요 ^^;;)

이런 상황까지 몰리면 어쩔수 없이 뭐 하나라도 대답해야할 것 같습니다.

 

"응. 아빤 고기 좋아해! 등심, 안심, 갈비살, 갈매기살 뭐 이런거."

"흥! 고긴 나도 좋아한단 말이야. 고기 말고 특별히 맛있었던거! 뭐 요리같은거 없어?"

 

워!...

하긴 고기는 고기일뿐 요리가 아니지요.

같은 고기라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맛은 하늘과 땅 차이가 되는 법.

다행히 그때 마침 신호대기에 걸려 차분히 생각해볼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좀더 구체적이면서 딸아이가 공감할수있는 대답을 내놓으려 안간힘을 써봅니다.^^;;

 

"응. 아빤.... 저번에 은이(딸내미)랑 같이 갔던 부페에서 먹었던 봉골레 스파게티 있지? 조갯살 많이 들어가 있던거. 그게 참 맛있었어. (아싸~^^ 나름 TPO를 갖춘 대답이야.... 후후.)"

"응.... 그래? 난 그거 그냥 그랬는데 아빤 그게 맛있었구나..... 근데.... 근데 말이야. 그게 아빠가 이제껏 먹은 것 중에 젤 맛있었어? 확실해?"

 

흐억!

갑자기 질문의 강도가 쎄집니다 ㅠㅠ...

올해 내 나이가 몇인데....

비오는 날 운전하고 있는 이 엄혹한 상황 속에서....

내 어린 시절 기억까지 쭈욱 스캔하길 바라는거니?? ㅠㅠ.... 은이야.

 

"어... 아빠가 잘 생각해보니까 그보다 맛있는게 있었던거 같기도 하고.... 뭔가 떠오를거 같기도 한데..... 어째 지금은 잘 생각이 안나네! 하하하."

"에이. 아빠 그러지말고 잘 생각해봐. 아빠는 맛있는거 하면 딱 떠오르는게 하나도 없단 말이야? 그게 말이되?"

 

집요합니다... ㅠㅠ

딸내미 성격이 원래 따지기 좋아하는 편인줄 알고 있었지만....

왜 하필 오늘!

비가 이렇게 오는데!

운전하는데!

이럴까요... ㅠㅠ

 

그때였습니다.

정확히는 딸내미가 '아빠는 맛있는거 하면 딱 떠오르는게 하나도 없단 말이야?'라고 말한 직후였던거 같습니다.

뭔가가 제 머릿속에 번쩍하고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생각하면 아련히 기분이 좋아지면서 밑도 끝도 없는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떠올리게 하는 그것!

 

 

아!....

한 입 베어물면 얇게 저민 카스테라에 둘러싸인 달콤한 생크림과 쫀득하게 씹히는 파인애플 조각이.....

입안을 가득 채우다못해 콧등까지 진하게 전해지던 생크림과 과일의 달달한 향기가....

그래. 생각났어!

 

과일생크림롤~!!!

 

히야!

그거 한참 먹던 시절이 대체 언제였지. 나 국민학교 시절이니까 1980년대 중반이네....

어머니를 졸라서 일주일에 두세번은 먹었던거 같습니다.^^

당시 어머니께선 우리 삼남매를 어떻게든 성당에 보내려고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짜고 계셨습니다. 물론 우리 삼남매는 어머니께서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제시해주시지 않으면 갈 마음이 전혀 없었지요. ^^;;

그 덕에 주말이면 이것저것 맛있는 (당시로선 조금 비쌌던 ^^;) 음식들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KFC가 우리나라에 들어온지 얼마 안됐던 무렵, 저희는 성당 다녀오는 길에 그 KFC 치킨이랑 비스켓을 실컷 먹을수 있었고, 피자가 지금처럼 흔치 않던 시절에도 저희는 주말에만 그 귀한 피자를 먹을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제일 기억에 남던 것이 바로 살던 아파트 근처 xxx제과점에서 팔던 빵들이었습니다. (xxx제과점은 그 뒤로 장사가 잘 되었는지 체인형 제과점이 되었더라구요. 나중에 알고보니 일본에서 배워오신 제과기술로 크게 성공하신 케이스인데.... 지금 가보니까 빵값이 어마어마하게 비싸서 이것저것 사오지도 못했어요 ㅠㅠ)

2천원 들고 그 빵집에 가면 커스터드 크림빵, 단팥빵, 소보루빵, 버터크림빵 등등을 무려 7개쯤 샀던거 같습니다. 개당 250원쯤 했나요;;;

커스터드 크림빵은 워낙 커스터드크림을 듬뿍 넣어서 손에 살짝 쥐기만 해도 크림이 줄줄 새어나올 정도였습니다. 단팥빵도 단팥이;;;; 뭘 어쨋는지 모르지만 엄청나게 달아서 그거 먹으면 한동안 다른 달콤한 음식의 단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정도 였습니다. 소보루빵도 지금보단;;; 소보루가 훨씬 더 두툼했던거 같아요. 소보루만 따로 때서 과자처럼 먹었으니까요;;;

어린 시절 기억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정확성 면에서 점점 빛이 바래게 되어 있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 참 맛있게 먹었었고 지금 그런 맛을 다시 찾을래도 찾기가 어렵더라구요;;;

 

어쨋거나 그 빵집의 빵들중에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바로 과일생크림롤이었죠!

생크림과 파인애플, 귤, 황도조각을 넣고 얇은 카스테라로 둘둘 말은~

정말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맛인데요.

지금 빵집에 가면 흔하게 보이는 과일생크림롤하고 뭔가가 좀~ 달랐답니다 ㅋㅋ

일단 기억나는게....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과일조각이 그냥 과일조각이 아니예요.

뭔가 설탕으로 막을 씌운 것 같아요~ 물론 정확한 레시피는 제과점 주인인 그분만이 아시겠죠.^^

생크림은 그냥 생크림이겠죠. (설마 생크림에도 뭔가가 있었던걸까요? +ㅇ+;;)

카스테라가.... 굉장히 부드럽고 달콤했습니다. 느끼하지도 않고 만져도 끈적이거나 기름이 묻어나지 않았구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분이 일본에서 배워오셨으니까 그게 정통 일본식 카스테라였던거 같습니다. 느끼하지 않고 엄청 달아요;;;)

아무튼 결론적으로 이것은..... 그야말로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드는 달콤함의 향연이라고나 할까요;;; 달콤한 요정이 입안에서 마구 뛰노는 그런 맛? ㅋㅋ 씹을때 딱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전혀 없었어요. 상식적으로 파인애플 조각은 딱딱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것은 그렇지 않았답니다. 파인애플이 입안에서 녹았어요. 진짜루요. ㅋㅋ

 

좀 장황하게 설명드렸습니다만...ㅋㅋ

하여튼 돌아오는 차안에서 딸아이에게 내가 먹었던 것 중에 가장 맛있었던건 바로 이것! 과일생크림롤이다라고 말할 기회는 안타깝게도 없었습니다. ^^;;; 내가 대답을 미적거리는 사이에 뒷자리에 있던 와이프가 대화를 채어가버렸거든요. ㅋㅋ

하여튼 저에겐 소중한 추억을 되살려준 딸아이가 고맙기만 합니다. ㅋㅋ

조만간 그 빵집에 가서 과일생크림롤이나 잔뜩 사와야겠습니다.

혹시 10개 사면 1개쯤 서비스로 안주시나요? ^^;; 주면 좋을텐데 쩝;

 

Posted by 딱 아는만큼 쓰는 버크하우스